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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통증 환자의 편지 I
날짜 2015-01-09

증 환자의 편지  I

  

 환자에 따라 투약량이 달라야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일은 의학의 가장 신성한 의무일 것입니다. 양귀비꽃에서 채취된 마른 주스를 진통제로 사용한 것은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이며, 이것은 19세기 중반까지도 그대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실제로 아편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모르핀, 데메롤, 코데인(아편 속에 있는 알칼로이드의 한 가 지. 진통제나 진해제로 쓰임) 등을 낳게 했습니다. 

 이런 약들이 의사들에게는 중요한 무기로 어떤 종류의 통증이든 가라앉혀 줍니다. 그러나 나의 경험에 의하면, 유감스럽게도 의사들이 이런 약들의 정교한 역할만큼이나 적절히 사용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통증을 제거시키고 예방하는 것이 환자를 편안하게 해 주고 통증을 유발하는 병에서 빨리 회복하는 데 중요하다면, 의사 선생님들이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나 자신의 환자로서의 경험에 의하면 의사들이 이런 중요한 포인트를 모르는 듯싶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나는 본의 아니게 통증과 임상 치료에 관하여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세 차례의 급성 요석통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폐색전증(肺塞栓症), 급성 장염에 이어 S상 결장(結腸) 절단 수술을 받았고, 근래에는 급성 복통으로 맹장 수술을 받았지만 나중에 국소 회장염(回腸炎)으로 판명이 나기도 했습니다. 의사라면 잘 알고 있겠지만, 이런 질환들은 심한 통증을 수반하며, 특히 요석통은 극심한 통증이 엄습하는 질환입니다.

 내 경험을 되살려 보면, 신문 지상에서만 보던 의사들의 무관심과 잘못 치료에 관한 환자들의 분노를 이해할 것 같습니다. 이런 환자들의 관점을 의사들이 모른다거나 무시한다면, 미래의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는 점점 더 소원(疏遠)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제가 통증과 그 치료에 대해 불수의적으로 접하게 된 것은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업무 차 보스톤에 갔다가 극심한 통증으로 B 대학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고, 모르핀 주사를 맞았습니다. 이것이 세 번째 발병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주사를 맞은 지 20분 내에 요관(尿管) 경련이 멈추었고, 소변에 상당량의 진흙 찌꺼기 같은 것과 피가 섞여 나왔습니다. 저는 통증도 가라앉고 편안한 상태였습니다. 담당 의사는 검사를 더 해야 된다고 하며 저를 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입원하자마자 인턴이 정맥 주사를 꽂았고 생리적 식염수에 포도당이 들어 있는 용액을 주입했습니다. 인턴이 좀 서툴러서인지 팔이 상당이 아팠습니다. 훨씬 나중에 안 일이지만, 사실 정맥 주사선도 필요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수분 공급을 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만 저는 탈수(脫水) 상태에 있지 않았고 충분히 수화(水化)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구역질이 나거나 토하는 위장기의 이상이 전혀 없었으므로 수분이 필요했더라면 얼마든지 입으로 마실 수 있었습니다. 그 때 내가 이런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인턴한테 꺼져 버리라고 말했을 텐데, 그 당시는 병원에서 하는 모든 일들은 다 좋은 의미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그냥 내버려 두었던 것이지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모르핀의 약 기운이 떨어져 가고 나는 바늘이 꽂혀 있는 그 부위가 얼얼하게 아픈 것을 느꼈습니다. 나중에야 정맥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잠잘 때쯤 되어 통증이 점점 심하게 느껴졌으므로 나는 담당 간호사에게 아스피린 같은 약을 요청했습니다. 그녀는 의사가 그런 약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더구나 인턴이나 레지던트에게 물어 보는 것도 거절했습니다. 그녀의 말투는 내가 그런 약이 필요하다면 의사가 처방했을 것이고, 지시가 안 되어 있는 것은 필요도 없다는 뜻이고 자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태도였습니다.

 나는 그 때까지만 해도 의료 전문인을 맹목적으로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문제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그 날 밤은 아주 불편하여 안절부절못하며 밤을 지새워야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주사 바늘을 빼냈습니다. 뺄 때도 찌를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설명이 없었습니다. 신우(腎盂) X선 사진을 찍었고 그 결과는 음성으로 나와 퇴원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급성 요석통과 주사를 맞아 얼얼한 엉덩이, 신우 X선 촬영으로 인한 아리한 페니스, 전적으로 불필요했던 정맥 주사로 인한 아픈 팔 등과 바꾼 셈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뉴저지 주 조그만 마을로 돌아온 1주일 후에 똑같은 증상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나는 J 대학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이 때는 데메롤 100mg을 매 4시간마다 계속해서 주사했습니다. 불행하게도 이 진통제에 대한 내 몸의 대사가 빨라서인지 약효가 3시간을 지속하지 못하고 다시 심한 통증이 살아났습니다. 그래서 다음 약을 받을 때까지 1시간 이상은 고통이 심했습니다. 나는 통증 때문에 비틀거리는 상태에서도 간호원에게 이 점에 대해 명확하게 얘기했습니다. 그런데도 그녀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나의 암시를 받아들였던지 담당 의사는 약을 데메롤에서 모르핀으로 바꾸었고, 나는 지난 경험에서 이미 알고 있었지만, 요관 경련은 멈추었고 통증도 가라앉았습니다.

 내가 다음으로 경험한 아주 심했던 통증은 11년 후, 업무상 여행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이번에는 통증이 오른쪽 등 위쪽에서 서서히 발생했습니다. 나는 하루 이틀 전에 운동을 좀 심하게 했으므로 근육 긴장 정도로 여겼습니다. 지난번 퇴원 때 준 진통제가 남아 있어 복용했습니다. 다음 날 업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다시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근육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심하여 가정의를 찾았고 결국 1시간 만에 J 대학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입원한 지 하루 만에 병명이 우려했던 폐렴이 아니고 폐색전증(肺塞栓症)으로 나왔습니다. 당분간 데메롤 100mg을 4시간마다 주었고, 물론 저는 지난번처럼 3시간은 편안했고 1시간은 고통 속에서 꿈틀거려야 했습니다.

 이번에는 누워 있지만 않고 레지던트에게 따졌습니다. 4시간마다 주는 약은 평균적으로 일반 환자에게는 적당한 양인지 모르지만, 나의 경우는 무슨 이유인지 아편양 제제(阿片樣製劑)에 대한 나의 대사가 빨라서 적절하지 않다고 외쳤습니다. 이번에도 운이 없었습니다. 며칠 지나서 통증이 다소 가라앉아, 100mg이 필요하지 않은 듯하고 50mg을 2시간마다 주어도 될 듯하다고 요구했지만 병원 스태프들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주치의가 왔을 때 나는 이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했고 그는 레지던트에게 약의 분량을 나누어 주는 것이 혈당치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부작용도 적어 더 효과적일 것 같다고 말해 처방을 바꾸었습니다. 실제로 내가 기대했던 대로 새 스케줄이 잘 들었고 회복도 빨랐습니다.

  

 

 불필요했던 정맥 주사 

 

 1991년 봄, 나는 급성 게실염(憩室炎)으로 J 대학 병원에 다시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입원하기 수년 전부터 여러 차례 가벼운 증상이 있어 검사를 했었고, 바륨 X선 촬영으로 대장에 게실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터였습니다. 저는 미리 담당 외과 의사한테 진통제에 관한 한 나의 대사율이 다른 사람에 비해 무척 빠르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렸습니다. 나는 그가 어떤 진통제를 처방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정확히 3시간마다 주었고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동안 비교적 편안하게 지냈습니다. 두 달 후 S상 결장(結腸) 적출 수술 때도 같은 처방을 내려 그 상황에서 비교적 편안하고 만족스러웠습니다.

 다음 해 10월, 수주일 동안 모호하고 종잡을 수 없는 복통으로 고생했습니다. 배꼽 바로 위에 급격한 심한 통증이 와서 또다시 같은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X선 결과를 기다리면서 심한 고통에 빠져 있어 주사를 맞은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다음은 필름이 끊긴 듯합니다. 제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맹장 수술을 한 후였습니다. 나중에 가정의와 담당 외과의사의 말에 의하면 수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였고 내가 승낙했다고 합니다. 물론 나는 내가 그렇게 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만 혼미한 상태라서 그랬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번 수술 후에는 회복이 상당히 느렸습니다. 맹장 수술 부위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진통제에 의해 통증은 좀 멎는 듯 했지만 상복부 통증은 지속되었습니다. 나는 진통제 양을 좀 올려줄 수 없느냐고 물었지만, 이 약이 장 운동을 억제시키기 때문에 좋지 않다는 대답이었습니다. 나는 참기로 작정을 했고, 다행히도 진통제를 때에 맞춰 주어 그럭저럭 견딜 만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서서히 회복되어 입으로 음료수와 약을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데메롤 주사 대신 조메리락이란 약을 복용하게 되었습니다. 이 약은 장의 운동을 억제시키는 작용이 없기 때문에 안성마춤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또 시작되었습니다. 이 약은 매 6시간마다 주었는데 내 몸은 5시간이면 대사가 다 끝나 버리는지 다시 또 아팠습니다. 복용한 후 약이 작용을 나타내는 반시간을 더하면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3대 1이란 공식이 성립되는 것이지요. 즉 4-5 시간의 진통 작용과 1시간 30분의 솟아오르는 통증의 반복이었지요. 레지던트한테 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는 더 자주 복용하면 위궤양이 우려된다며 거절했습니다.

 이 이야기에 좀 앞서 가지만, 퇴원한 후 몇 주 지나서 이 약을 만든 제약 회사의 설명서를 우연히 접하게 되었습니다. 추천 복용법은 매 4-6 시간으로 되어 있었고. 이 약을 2년 이상 복용하면 1% 정도에서 위궤양이 발생한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내가 입원해 있었을 때 병원에 근무하는 그 누구도 이런 것에 대해 설명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 레지던트 의사도 사용법에 대해 알고 있는지 의문이 갑니다. 퇴원 후 제가 임의적으로 복용했던 스케줄이 제약 회사의 추천과 우연히 일치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약을 복용한지 6주가 되었지만 위궤양도 발병하지 않았고, 아직 진단을 못 하고 있었던 회장염의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입원시의 경험으로 돌아가서, 나의 고통이 장 내에 고인 가스 때문에 주기적으로 더 심해졌습니다. 의료진은 맹장 수술 후에 흔히 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퇴원 후에야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병원 식사에는 콩으로 만든 수프와 달걀이 들어 있었는데 이런 음식물들은 가스를 생산하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병원 이야기를 끝마치려면, 나는 당연히 수술 후 며칠 내에 회복되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상복부 통증은 계속되었고, 아무도 이것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내 가정의가 좀 관심을 가졌는지 퇴원 1주일 후에 위장관 X선 촬영을 지시했고, 그 결과는 놀랍게도 국소 회장염으로 나왔습니다. 내가 고생했던 것은 맹장염 때문이 아니고 회장염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외과 의사도 이것을 인정했고, 그러나 조기 진단을 했더라도 치료는 별 다를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회장이 파열되거나 다른 부작용이 없는데 회장을 떼어 내는 것은 금기에 속하는 것이라고요.

 그러므로 내가 받았던 치료에 대하여 근본적인 잘못은 발견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나의 통증에 대한 치료 관리는 잘못되었다는 것을 압니다. 특히 앞에서 기술한 불필요한 정맥 주사로 인한 정맥염이 발생했고, 극심한 통증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더욱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제가 입원했던 병원들은 미국에서도 환자를 돌보는 일반적 관리가 상당히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병원이라는 사실입니다.

 더구나 위에 기술한 불쾌한 경험들은 전문적이고 똑똑한 의사들의 자기 만족과 자기 주장으로 가득 차 있는 치료만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정말로 평균이나 그 이하의 환자였다면 어떤 취급을 받았을까 우려됩니다. 지식도 없고 똑똑하지도 못한 환자라면 대학 병원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많은 의사들에게 당당히 요구하기도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최상보다 훨씬 못한 치료를 받게 되는 것이 사실이 아닐는지요?

  

 

 통증 예방을 하지 않는 의사들 

 

 나는 이 질문에 대답할 길이 없습니다. 이런 문제는 의료 전문인들이 해답을 얻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만약 강렬하게 계속되는 신체적, 심리적 스트레스가 한 개체를 손상시킬 수 있다면, 심하게 지속되는 통증 역시 고통을 줄뿐만 아니라 한 개체를 망가트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통증을 효과적으로 완화시키고, 또한 그것을 예방하는 것은 질병의 치료에 대한 인도적 차원에서나 의학적으로 그 치료 과정의 필수 요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의 신체적, 심리적 자산을 복구시켜 줌으로써 의사는 환자의 회복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중환자의 경우에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진통 작용은 그 환자의 회복과 죽음을 좌우할 수 있다고 추측합니다. 살아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는 의학적으로 평가가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나 생명을 위협하는 상태에서는 대부분의 노련한 의사는 이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 자신이 증언할 수 있습니다만, 통증이 심하게 계속될 때마다 살고 싶지 않은 감정이 문득문득 솟아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심정일 것입니다. 나는 내 삶을 포기할 정도까지는 다다르지 않았지만, 만약 몇 년 더 계속되었다면 나도 어찌 되었을지 추측하기조차 싫습니다.

 나를 돌보았던 의료진 가운데는 나 자신의 경험을 인정하면서도 내가 그들에게 증명해 보인 것이 없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갖는 의사도 있습니다. 내 속을 뒤집어 보인들 그 통증의 강도를 증명해 보일 수 있겠습니까? 만약 이 편지를 읽는 독자들 중에서 통증을 완화시키는 것이 질병의 회복과 별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나는 그분의 얘기를 정말 뚫어지게 들으려고 합니다. 여려 가지 학설이 있겠지만, 제 경험에 의하면 학설이 실제 임상에 바로 적용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인간은 동물과는 다른 복잡한 사고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조금 더 논쟁하자면, 대부분의 의사는 환자가 통증을 겪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면 진통제를 주는 것을 꺼려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환자가 고통을 겪고 있지 않다면 필요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냉철하게 분석하면 통증을 완화시키는 것은 허락하지만 통증을 예방하는 것은 필요 없다는 사고 방식은, 수술 후에 항생제로 감염을 치료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수술 후 감염을 예방하기 위하여 투약하는 것은 안 된다는 논리와 같은 것이지요. 더구나 말기 암으로 죽어 가는 환자에게도 충분한 진통제를 주는 것을 꺼려한다는 것은 의사의 사명감에 의문을 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약에 중독될까 봐 걱정된다고요? 과연 목숨을 아끼는 의사들의 관념이 이렇다면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 어느 환자가 만성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을 때 인도적으로나 의학적으로 그 통증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의사의 첫 번째 목적이라면 나는 의료인에게 주장하고 싶습니다. 통증이 전혀 없도록 치료해 주든가 아니면 적어도 환자가 최소한의 고통 속에 활동할 수 있도록 적절한 양의 약을 충분히 주어야만 한다고 말입니다. 즉 환자가 필요로 하는 만큼의 진통제를 제한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선량한 환자는 마약 중독자가 아닙니다. 환자가 받는 약의 양이 적다고 불평하는 것이 병원 스태프의 입장에서는 귀찮고 불유쾌한 일이 될지 모르나 그 환자에게는 회복이 느려진다고 외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 이유만 가지고도 담당 의사는 신중하게 들어야 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통증을 잘 견디며, 고통스러운 것도 참을 수 있을 만큼은 참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일부의 환자가 잘 참지 못하고 불평을 한다 해도, 그에게 꼭 참아야 된다는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고통을 잘 참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격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인격의 형성이라는 것은 병원이나 의사와의 관계에서는 전혀 소용 없는 허물에 지나지 않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의사는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또한 의사는 평균적인 일반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고 독특한 한 개체의 인간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각 개인의 생리적 작용이 다르듯이, 데메롤 100 mg을 주었을 때 어떤 사람에게는 적당하고, 어떤 사람은 모자라거나 넘칠 것입니다. 의사들은 약물 투여 후 그 반응을 관찰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같은 100mg을 주었는데 3시간이 지나 다시 통증이 솟아오르기 시작한다면, 이 약물이 거의 대사되어 다시 100mg을 준다고 해서 혈중 농도가 위험 수위에 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환자가 정신도 말짱하고 심장이나 폐에 어떤 이상이 없는 한 150mg이나 200mg으로 올려 주는 것도 주의 깊게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같은 양을 반으로 줄여 그만큼 자주 주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만약 100mg을 4시간마다 주는 것이 안전하다면 50mg을 2시간마다 주는 것도 안전한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통증으로 고생해본 환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런 경우에는 궂이 바쁜 의사에게 물어 볼 것이 아니고 간호사에게 전적으로 맡겨도 좋을 듯합니다. 간호사는 의사들보다 환자와 접하며 직접 보고 느끼고 관찰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환자의 고통을 훨씬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이런 안전한 투약은 프로토콜을 만들어 지시한다면 환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고려되는 점은 아편양 제제에 대한 공포입니다. 의사들이 이 진통제를 충분하게 처방하기를 꺼려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의사들은 이 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중독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병원에서 이런 약들을 수주나 수개월 썼다고 해서 마약 중독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보건성의 통계에 의하면 전체 마약 중독자 중에서 병원이나 의사의 처방에 의한 경우는 0.1% 미만이고 이것도 주로 암 환자에게 장기간 사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지독한 통증으로 고통을 겪으며 죽어 가는 사람에게 마약 중독 운운하는 것은 도덕적, 의학적으로 허용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처방에 의한 중독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은 실제이며, 이것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전혀 모르며 이해하기 힘든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모두들 진통제에 관해서는 다른 약물보다 그 부작용만을 더 걱정하는 듯이 여겨집니다. 이것은 아마도 고대부터 잘못 사용해 온 결과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만 저는 이 곳에서 제가 환자로서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말합니다.

 심한 통증이 지속되어 신체와 정신을 마구 짓밟아 대는 것은 심장의 이상이나 혈압의 이상처럼 눈에 바로 보이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인체에 해를 끼치는 강도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심장에 이상이 있을 때 그 증상이 가라앉을 때까지 여려 약물을 조심스럽게 충분히 쓰는 것처럼, 통증에도 관심을 갖고 약물을 적절히 사용해야 합니다. 결론을 말한다면, 통증이 완전히 완화되도록 치료하면 그 환자의 회복도 그만큼 빨라지게 마련입니다.

 끝으로 내 경험에 의하면, 통증 자체의 치료는 다른 질병에 비해 임상적으로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듯하여 이에 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자 이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환자의 통증을 완전히 없애 주느냐 하는 것은 의사의 중대한 과제입니다. 환자는 치료 방법에 대해 결정한 권리는 없지만, 통증이 없어졌는지 아니면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는 확실하게 느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편지를 읽는 독자들은 나와 같은 아픈 경험을 겪지 않기를 바라고, 현재 통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환자분들은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되기를 빕니다. 

 

                                                                             1995. 1.16.

                                                                                    W.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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